영화 <암살>은 2015년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영화로,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항일 무장 독립운동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액션이나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넘어서, 각 인물들의 변화와 선택을 통해 민족의식과 시대적 아픔을 생생히 전달합니다. 특히 캐릭터 성격의 점진적 변화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의 정체성과 저항 정신을 대변합니다. 본문에서는 영화 <암살>의 감상 포인트, 배경 설정, 그리고 캐릭터 변화를 통해 드러나는 민족의식을 중심으로 분석하겠습니다.
감상 포인트: 선택과 변화에 주목하라
<암살>은 초반부터 관객의 긴장을 끌어올리는 장면으로 시작되지만, 단순한 총격전 영화로 보기에는 아까운 작품입니다. 진짜 감상 포인트는 인물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과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변화에 있습니다. 주요 인물 안옥윤(전지현 분)은 냉철한 저격수이자 항일운동의 실천가로, 처음부터 확고한 독립의지를 지닌 인물입니다. 반면 속칭 ‘속물’이라 불릴 수 있는 염석진(이정재 분)은 친일 행위와 조선인 경찰로서의 삶을 살면서 내면적으로 갈등하게 되는 대표적인 회색 인물입니다.
관객은 염석진의 캐릭터를 통해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혼란스러운 정체성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생존과 명분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하지만 결국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민족적 입장을 드러내게 됩니다. 이와 같은 캐릭터의 변화는 단순한 드라마 장치가 아닌, 당시 시대를 살아간 실제 조선인의 모습과 심리를 상징합니다.
영화를 감상할 때는 단순히 ‘독립운동을 했다’는 행위 자체보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 ‘그 선택이 그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에 주목해야 합니다. 인물의 말과 행동, 그리고 침묵 속에서 드러나는 갈등과 결단이 이 영화의 진짜 감동 포인트입니다.
등장 배경: 시대적 현실과 공간의 상징성
<암살>의 주요 무대는 1930년대 경성과 상하이입니다. 이 두 공간은 단순히 시각적 배경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삶과 현실을 반영하는 상징적 장소입니다. 경성은 일본 제국주의의 권력이 집중된 공간으로, 감시와 통제, 억압의 상징입니다. 반면 상하이는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하던 해외 거점 중 하나로, 조선인이 일제의 손을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던 공간입니다.
경성에서의 장면은 대부분 어두운 색채, 억압적인 분위기, 권력자들의 고압적인 태도로 연출되며, 상하이는 보다 넓고 개방적이며 동지들과의 연대감이 부각됩니다. 이처럼 두 공간의 시각적 대비는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 변화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안옥윤은 상하이에서 작전을 계획하고, 경성에 들어서며 목숨을 건 실천을 하게 됩니다. 장소가 바뀌는 순간, 인물의 결의와 표정도 함께 변화하며 관객에게 극적인 몰입을 선사합니다.
이외에도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건물, 거리, 복장 등의 디테일은 실제 역사적 배경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으며, 시대의 분위기를 리얼하게 전달합니다. 고증과 연출이 잘 어우러진 배경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인물의 심리와 내면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할 때 공간이 어떻게 감정과 연결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분석 포인트입니다.
캐릭터 성격과 민족의식의 각성
<암살>의 인물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민족의식을 드러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인물은 ‘염석진’입니다. 그는 과거에는 독립군 출신이었지만, 현실과 타협하며 일본 경찰이 되었고, 동료들을 배신합니다. 그러나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그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양심이 고개를 들고, 자신이 저질러 온 선택들에 대한 후회가 드러납니다. 이 같은 성격 변화는 당시 조선 지식인이나 중산층이 겪었던 갈등을 대변합니다.
반면 안옥윤은 처음부터 끝까지 확고한 가치관을 가진 캐릭터로, 민족의식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녀 또한 인간적인 고뇌와 감정을 숨기지 않습니다. 특히 쌍둥이 언니와의 관계, 어린 시절의 기억 등이 그녀의 감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단선적인 영웅이 아니라, 상처를 안고 있으나 스스로를 극복해 나가는 강한 인물로서의 매력이 돋보입니다.
또한 ‘속사포’(조진웅 분), ‘황덕삼’(최덕문 분) 등의 캐릭터 역시 독립운동가로서의 충직함과 인간적인 유쾌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관객의 감정 이입을 높입니다. 이들은 독립운동가를 무겁고 영웅적인 이미지로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감정을 보여줍니다.
결국 <암살> 속 캐릭터들은 ‘민족의식’이라는 거대한 명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품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갈등하고 성장합니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단순한 역사 영화 그 이상으로 기억됩니다.
영화 <암살>은 일제강점기라는 비극의 역사 속에서, 인물들의 선택과 변화 과정을 통해 민족의식의 본질을 보여주는 수작입니다. 화려한 액션과 극적인 전개보다 더 깊은 감동은, 캐릭터가 시대에 맞서 고민하고 변화해가는 과정에 담겨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할 때 단순히 ‘항일 영화’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성격 변화와 그 안의 갈등을 통해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함께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